[단독] 돈 잘 버는데 30% 폭락…"삼성 닮겠다"는 디케이락[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3-11-11 07:00   수정 2023-11-13 08:31

피팅·밸브 강자 디케이락을 가다
해병대 317기 노은식 회장 인터뷰

“반도체·수소·방산 시장 공략 강화
피팅·밸브 업계 삼성전자 될 것”

올해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가능성
주가는 연초 대비 25% 떨어져
200억 CB 해소·삼성전자 인증 호재

<i>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3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i>




“모든 산업 현장에는 피팅·밸브가 꼭 사용됩니다. 미국 반도체와 자동차, 방위산업 시장 공략 강화로 피팅·밸브 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겠습니다.”



노은식 디케이락 대표이사 회장(67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서른 살에 사업을 시작해 일흔 살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손가락은 세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첫 돌파 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는 그를 지난 10일 김해 본사(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골든루트로 129번길 7)에서 만났다. 디케이락의 본사는 KTX 창원중앙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고 김해골든루트산단으로 이사 온 지 10년 됐다.

“땅에서 하늘까지…피팅·밸브 안 쓰이는 곳 없다”
노은식 회장에게 회사 소개를 부탁했다. 노 회장은 “1986년 1월 대광닛불상사로 시작해 계장용 피팅과 밸브 생산을 37년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며“피팅은 배관을 수평·수직으로 연결해 주는 장치로 유체의 종류·온도·압력에 제한성의 거의 없는 강점을 가지고 있고, 밸브는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고 여닫는 장치로 유체 차단·방향 전환·역류 방지·고압 보호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팅·밸브는 조선, 해양 플랜트, 원자력, 화력, 수력 발전설비, 압축천연가스(CNG) 및 수소용 자동차 산업, 반도체, 항공, 해외 정유시설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노 회장은 “땅에서 하늘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제품으로, 인체로 따지면 실핏줄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5년간 실적도 꾸준히 우상향이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 665억원·영업이익 5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1099억원·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각각 65.26%·93.22% 증가했다. 이는 ‘국내가 아닌 해외서 답을 찾자’는 노 회장의 경영 철학이 빛을 발한 것이다. 디케이락은 매출 비중 70%가 수출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미주 262억원, 유럽 238억원, 아시아 162억원, 중동 84억원, 아프리카 13억원 순이다. 47개국 117개 대리점이 해외 영업력을 강화시킨 것이다.

올해 매출액 1200억·영업익 120억 사상 최대 전망
강소기업을 인증하듯 지난해 한국무역협회서 ‘5000만불 수출의 탑’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 ‘지역혁신 선도기업 100’에도 선정됐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액 1200억원·영업이익 1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기록하면 37년 만의 역대 최대 실적이다.



내년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될까. 노은식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용 피팅·밸브 퀄 테스트(장비 등록 전 신뢰성 검사)가 이달 마무리 된다”며 ;“이 경우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 등 대형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의 협상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20억원 정도의 반도체 피팅·밸브 매출이 내년에 150억~200억원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노 회장은 “삼성전자·인텔·TSMC 등이 공장 증설을 계속하고 있다”며 “2025년 반도체 피팅·밸브 매출액 400억원을 예상한다”고 강조했다.사측은 반도체 부문 성장으로 내년 매출액 1300억원·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EIA)에 따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원유 감산 결정에 따라 美 천연가스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디케이락에게 호재다. 노은식 대표는 “美 오일&가스 기업들이 CAPA(생산능력) 증설을 하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환경규제에 따른 북미 중심의 천연가스차량(NGV) 수요 증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케이락은 북미 A업체에 피팅·밸브를 공급 중인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사장은 “디젤 차량이 많은 미국 트럭과 스쿨버스 특성상 친환경 모델인 전기·수소차로 빠른 전환이 힘들다”며 “중간 단계인 CNG·NGV 차량으로 가면 전체 매출 중 미주 비중이 올해 30%까지 늘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에 참여해 시제기 특수 밸브 제품 공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2032년 120대 분량의 일감을 따낸다는 방침이다. 실제 美 국제항공 및 방위산업인증 획득을 통해 품질을 인정받았으며 방위산업 분야로 사업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반도체·방산·수소 등 영토 확장…“2030년 5000억 매출 정조준”
수소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수소 전기버스 한 대당 14~15종의 디케이락 제품이 들어간다. 현재 300대가 안 되는데, 사측은 친환경 정책으로 수년 내 2000대 수준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진하이솔루스와 거래 중이고, 두산퓨얼셀에도 피팅·밸브를 납품하고 있다. 관련 매출은 올해 2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사장은 “현재 매출은 미미하지만, 중장기적 관점(3~5년)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엑슨모빌과 마라톤 페트롤리움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주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8900원(지난 10일 기준)으로 넉 달 전(7월 10일 1만1740원)과 대비해 24.19% 떨어졌다. 도한신 전략기획부 이사는 “3년 전 발행한 CB(전환사채) 200억원 때문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이 중 175억원은 전환 완료됐으며, 13일 만기 시 나머지 금액 25억원(만기 이자율 0%) 상환 예정이라 주가 부담 요소는 덜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현금 배당을 하고 있는데 주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노 회장은 “실적이 좋아지고 이익이 많이 나면 당연히 배당금도 상향되는 게 맞다”며 “지속 성장 시 현금 배당을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코스닥협회 부회장답게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2010년 11월 12일 코스닥 시장 상장 후 13년간 현금 배당을 하고 있다. 디케이락의 지난해 배당금은 1주당 200원으로 배당수익률은 1.78%였다. 총 주식 수는 1015만6153주로 최대주주는 노은식 회장 외 5인이 지분 33.96%를 들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2%가 안 돼 유통 물량은 약 65% 정도다. 시가총액은 904억원이다.



노 회장은 ‘37년 최고경영자’답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미국 배관 전문 제조회사인 스웨지락이 현재 글로벌 1위다”며 “2030년 매출액 5000억원에 도전해 글로벌 톱3 피팅·밸브 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해 1공장(면적 1만6520㎡·5000평)과 2공장(1만578㎡) 곳곳에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실제 현장에는 수십 명의 근로자 밖에 보이지 않았다. 디케이락의 전체 임직원은 상반기 기준 342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노회장의 장남 노동형 생산부장은 “로봇팔 등 첨단 설비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케이락은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내년 1월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률 20% 달성 목표도 갖고 있다.



한편, 해병대 317기인 노 회장은 ‘착한 경영인’이다. 20년간 매달 100만원씩 기부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어렸을 때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사회에 보답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조금이나마 밝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교인 부산 건국고 장학재단 후원·네팔 엄홍길 8차 휴먼학교 설립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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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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